日총리 매년 바뀌는 90년대 재현되나…도쿄증시엔 악재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9-06 08:48   수정 2021-09-07 08:48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내각이 1년 만에 막을 내리면서 장기정권 이후에는 총리가 매년 바뀌는 '단명정권'의 시대가 이어진다는 일본 정가의 법칙이 재현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단명정권에서는 대체로 주가가 약세를 나타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야지마 야스히데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가 1990년대 단명정권 시대로 되돌아갈 리스크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탈석탄화와 코로나19 대책 등 전 지구적인 문제에 전념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일본 정치가 구심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1960~1970년대 사토 에이사쿠 총리, 1980년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장기집권 이후 일본은 어김없이 새 내각이 2년을 버티지 못하는 단명정권이 이어졌다. 강력한 리더가 사라지면서 당 집행부 및 각료 인사를 놓고 파벌 다툼이 격화됐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역대 최장수 정권(8년9개월)인 제2차 아베 신조 내각의 뒤를 이었다. 그런 스가 내각이 1년만에 막을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단명정권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단명정권을 반기지 않는 것은 대체로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나카소네 정권이 끝난 1991년 11월부터 고이즈미 총리가 집권한 2001년 4월까지 10년간 7명의 총리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이 중 5개 정권에서 주가가 마이너스였다. 모리 요시로 총리(2000년 4월~2001년 4월)와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1996년 1월~1998년 7월) 집권기 닛케이225지수는 -32.2%, -21.4% 하락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퇴진한 2006년 9월부터 아베 신조 2차 정권이 들어선 2012년 12월까지 6년간은 6명의 총리가 평균 381.5일 집권했다. 이 중 4개 정권에서 주가가 마이너스였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2007년 9월~2008년 9월)와 아소 다로 총리(2008년 9월~2009년 9월)가 집권했을 때는 주가가 -26.1%, -15.1%씩 빠졌다.

반면 일본의 고도경제 시대에 집권한 사토 총리와 나카소네 총리는 물론, 고이즈미 총리(12.5%)와 아베 총리(132.9%) 등 장기집권기에는 모두 주가가 올랐다.

주가가 급락한 단명정권은 모두 일본 버블(거품)경제 붕괴와 아시아 통화위기,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시기다. 주가가 떨어지는게 당연한 시기였지만 한편으로는 위기를 뛰어넘는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결과가 단명정권의 양산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앞으로의 증시 상황도 우호적이지만 않다는 분석이다. 스가 총리가 자민당 총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 3일 닛케이225지수는 2.05% 급등했다. 반면 채권시장에서 10년물 일본 국채 금리는 0.035%로 하루만에 0.005% 올랐다.

인기가 낮은 스가 대신 새 총리가 총선을 이끌게 됨에 따라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주가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좌파색이 짙은 민주당 정권의 집권은 시장으로서 최악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채권금리 상승은 세계적인 양적완화가 마무리되면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자유주의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는 분배를 중시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소득격차를 더 확대시킨 요인으로 지적된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한 스가 총리와 달리 유력 총리 후보 가운데 하나인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분배를 강조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경제와 일본 정치상황의 불투명성을 고려할 때 주가가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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